제주도 홈쇼핑 여행 출발 전
홈쇼핑을 통해 3박 4일 제주도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 비행기, 숙박, 식사, 교통, 관광을 포함해서 30만 원이라니 며칠 바람 쐬고 여행하기 참 좋은 기회였다. 계획 없이 패키지로 편하게 이동하면서 힐링하고 오기 딱이다. (싼 가격에) 큰 기대 없이 가니 실망할 것도 없다고 출발 전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기대치를 품고 있는 나를 알지 못하고....)
제주도 홈쇼핑여행 - 숙소, 음식, 교통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1박에 5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제주위드호텔은 아주 괜찮은 가성비 호텔이었다. 패키지에 포함된 식당도 당연히 못 먹을 음식은 아니었다. 배를 채울 용도로 대충 때운다 생각하면 그럭저럭 기본은 됐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딜 가든 항상 좋은 잠자리, 맛있는 음식만 찾는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일상이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나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집을 떠나 여행을 가니 돈을 더 내더라도 자고 싶은 데서 기분 좋게 자고 싶고,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더 큰 만족은 원했다. 시간 내서 여행오기도 쉽지 않으니까.
패키지여행을 하면 대절버스를 타고 관광객들이 한 번에 이동한다. 우르르 몰려갔다 우르르 나오는 게 디폴트이다. 너무 오랜만에 패키지여행을 가서 잊고 있었던 걸 다시 느꼈다. 모르는 사람과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건 나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라는 걸. (단체생활 힘들구먼)
제주도 홈쇼핑여행 - 패키지의 단점, 자유가 없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기 싫은 장소도 무조건 가야 하고, 마음에 드는 관광지에 왔을 때도 원하는 만큼 있지 못한다. 정해진 시간만큼 머물러야 한다.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발과 시간이 묶여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을 못 간다. 사람이 다 비슷하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바구니에 집어넣고 한 몸이 되어 움직이니, 특별히 개성 있는 사람이 아닌 나도 답답함을 느낀다. 사람이 각자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하나의 계획 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단체 생활 힘들고만 2222)
제주도 홈쇼핑여행 - 패키지 불포함사항
3박 4일 패키지여행을 하면 금액 부분에서 불포함된 사항이 있다. 하나는 선택관광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사와 가이드수고료이다. 수고료는 1인당 2만 원인데, 패키지여행 예약을 할 때 처음부터 계산하지 나중에 추가로 현금을 내니 기분이 이상했다. 안 나갈 돈이 괜히 나가는 것 같고 아까운 것이다.
그러나 기사와 가이드의 일당은 당연히 책정되어야 하는 돈이다. 처음부터 돈을 더 올려서 입금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줄일 수도 없는 예산인 것을...
여행 상품을 좀 더 싸게 보이게 하기 위한 조삼모사 상술이 계속 통하니까 여행사도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거겠지? 그러나 나는 나갈 돈은 미리 다 한 번에 내고 깔끔하게 출발해서, 여행 중 내가 쓰는 돈을 가늠하며 소비하는 게 좋다.
제주도 홈쇼핑여행 - 선택관광
여행사는 선택관광으로 돈을 번다. 여행사 가이드는 싼 패키지여행에 남는 건 이런 거라 말하며, 가능한 해달라고 말했다. 선택관광은 관광객의 호오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거 같지만 솔직히 안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선택관광은 하루에 한 번 있었는데, 둘 다 공연관람이었다. 나는 공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설명을 보니 둘 다 끌리지가 않아서 그냥 안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하루는 하필 몸이 좋지 않아서 실내에 있으면 더 어지러울 거 같아 공연을 보지 않고 쉬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관광을 하지 않는다 하자, 가이드가 갑자기 안면몰수하며 공연을 보면서 쉬라고 퉁명스럽게 구는 게 아닌가?
이게 말이야 방귀야? 아프면 가만히 쉬는 게 낫지 왜 돈 내고 시끄러운 공연장에 들어가서 쉬어야 하는가?
선택관광은 개인선택이라 말하면서 이런 식으로 구니 짜증이 났다. 강제면 강제라고 하던가, 도대체 선택이란 말을 왜 붙여 놓는지 참.
선택관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안내가 없어서 버스에 기다리는 거냐 물었는데 대답도 제대로 안 하더라. 공연장 밖 상점을 구경하다가 나중에 버스로 갔는데, 같은 패키지 여행객 중에 선택관광을 안 하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그런데 특히 나랑 친구에게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나는 하루는 선택관광을 하고, 하루는 하지 않았는데, 선택관광에 대한 후기를 남기자면 봐도 좋지만 안 봐도 좋다는 것이다. 굳이? 이걸 돈 쓰고 시간내고 봐야 한다고? 싶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인데 차라리 나는 그 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게 나아 보였다.
제주도 홈쇼핑여행 - 필수 쇼핑일정
패키지여행이라면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스케줄이 있다는 걸 안다. 여행사도 돈 벌어야 한다. 제주도 3박 4일 일정이 30만 원 밖에 안되니 다른 쪽으로 수입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인건비인 기사와 가이드 수고료마저도 나중에 따로 받지 않는가? 압박을 주는 두 차례의 선택관광도 여행경비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정작 '관광'을 등한시하고 '쇼핑'을 우선시하니, 황당했다.
아침 일찍 첫 일정으로 숙소에서 먼 거리에 있는 기념품점에 간 것,
말 타고 있는 몇만 원짜리 사진을 판매하기 위한 승마 체험,
말뼈환을 팔기 위한 성읍민속마을 방문.
(정말 제대로 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여긴 어디?
내가 지금 여기 왜 있지?
나는 여행 온 거 아닌가?
상황이 몇 번 반복되자 슬슬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 아니고, 상점에 우리를 데리고 다니기 위한 미끼상품처럼 여겨졌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여행사에서는 [여행 전 체크사항]에 미리 알렸기 때문에 분명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꾸 속은 느낌이 드는 것은 여행사 가이드가 쇼핑장소에 가기 직전까지 교묘하게 관광지인 것처럼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도착하면 다 알 수밖에 없는데 조금 뒤로 미룰 뿐인 얕은 수가 기분 나빴다.
왜 사람을 속이려 드는가? 패키지여행 중 쇼핑 일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여행사 입장에서의) 필요성을 이해한다.
나를 가장 불쾌하게 했던 것은 이를 숨기려고 한 여행사 가이드와 물건을 파는데 혈안 된 관광지 사람이었다.
홈쇼핑 패키지여행이 쉽고 빠르게 바람 쐴 좋은 상품이라 생각했지만, 그 결정을 매우 후회했다. 내가 이러려고 여행 온 게 아닌데.
아, 이래서 자유여행이 흥했더랬지.
제주도 홈쇼핑여행 - 시대흐름
이삼십 년 전에 패키지여행을 갔을 때도 쇼핑센터에 가서 영업을 당하곤 했다. 가고 싶지 않은 장소도 가야 했고, 누군가 물건을 사지 않으면 탈출하기 힘든 분위기였었다.
그러나 쇼핑강요로 불편한 패키지여행을 경험한 지도 어연 몇십 년이 지났는데 어쩜 이렇게 그대로일까? 사람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고, 생각이 변하는데도 너무 변한 게 없어서 놀라울 지경이다.
- 여행사 가이드가 일하는 방식도 그대로다.
- 여행지가 촌스럽다. 핫한 곳까진 아니더라도 구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관리되지 않은 관광지를 찾아가니 실망스러웠다.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제주도 홈쇼핑여행 - 기념품
관광지에서는 30분만 있으라고 시간 지정을 하는데(심지어 가파도 섬에 들어가서도 1시간 밖에 여유시간이 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간 기념품 샵에서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 걸 보고 학을 땠다. 진짜 너무하잖아.
제주도 패키지여행 후기
싼 맛에 간 거 치고, 투덜투덜 말이 많아서 같이 간 친구가 좀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홈쇼핑 패키지 여행객들은 대다수 나이가 높았는데, 이삼십 대는 씨가 말랐고 젊어야 40대, 보통 오육 심대, 그리고 70대까지 나이대가 40대 이상에고루 걸쳐있었다.
친구는 나이 든 사람들이 이걸 다 몰랐겠냐고 그냥 이 정도를 기대하고 온 거야라고 했다. (이야... 멋진걸?) 정말 그런지, 다들 좀 영업이 심하다고 말하면서도 불쾌해하지 않고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도 순진하구나 나란 녀석)
나도 초심으로 돌아가, 바람 쐬는 목적을 이뤘으니 저렴한 가격에 제주도까지 와서 구경을 잘했다 싶다. 여행 간 김에 잘 보고, 누리고, 즐기고 싶다고 나도 모르는 기대를 많이 했는지 실망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말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많이 싸면 질이 좋을 수가 없는데 욕심이었다. (패키지여행 가격이 너무 싸다면 이제 가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나 혼자라면 고려하지 않았을 말고기 먹어보기, 커피 족욕, 일정으로 가지 않았다면 관심도 없었을 절물휴양림 등에 가봐서 좋았다. 기분전환 겸 주전부리 삼아 산 간식거리도 맛있었다. 또, 선택관광과 쇼핑 등 패키지여행의 [여행 전 필수 확인 사항] 진면목을 알아볼 눈이 생겼음을 자축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바쁘게 움직인 이틀 간을 되돌아보는데, 불평하며 돌아다닌 거 치고는 꽤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의아하면서 놀라고, 기억보정 효과란 대단하구나 싶다.
친구한테 생각보다 좋은 기억이 남았다고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원래 그 정도는 됐다는 냥 굴었다. 참 현실적이구나... 뒤늦게 제주도 홈쇼핑 여행에 대한 후기를 좀 찾아봤는데,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면서도 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은 현실적인 어른들이 많았다.
홈쇼핑을 통한 제주도 패키지여행이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대의 상품이라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개인적인, 만족스러운, 내밀한, 자유로운 등의 시간을 원한다면 패키지여행이 맞지 않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여하튼 여기까지 길고 긴 제주도 3박 4일 여행에 대한 후기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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